서양 음악이나 일본 음악을 가리지 않고 이모나 라우드 같은 형태로 소개되는 밴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포스트 하드코어’라는 장르를 본 적이 있으시죠.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된 하드코어 펑크를 기원으로 하는 밴드들 가운데, 기존의 하드코어에 다 담기지 않는 독자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들이 ‘포스트 하드코어’라 불리게 되었고, 더 나아가 이모코어와 스크리모 같은 파생 장르도 탄생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더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되어,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런 포스트 하드코어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데뷔한 밴드들을 한꺼번에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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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ing RoomFugazi

미국 하드코어 펑크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 중 하나인 워싱턴 출신 마이너 스렛의 프런트맨 이안 매케이 씨를 중심으로 1986년에 결성된 푸가지는, 이번 기사 주제인 ‘포스트 하드코어’를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폭력적인 면도 있던 하드코어 씬과는 거리를 두고, 진정한 의미의 ‘하드코어 정신’을 지닌 이안 씨가 하드코어를 발전시키고자 푸가지를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그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음악성은 1990년대에 있어서 하드코어의 진화형이라 부를 만하며, 속도를 중시한 펑크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다양한 리듬 패턴의 모험에서 비롯된 그루브, 독창적이면서도 솔리드한 기타와 베이스 사운드, 달콤함도 캐치함도 없는데 가슴을 죄어오는 멜로디는 그야말로 이모셔널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운드가 이모코어의 원조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90년대의 얼터너티브 록과 그런지, 그리고 후속 포스트 록 같은 장르까지도 흡수한 독자적 사운드는 많은 밴드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2003년 활동 중단까지 발매한 앨범은 6장으로, 이안 씨가 운영하는 디스코드 레코드를 포함해 장르를 넘어 큰 영향력을 지속하는 한편, 철저한 반상업주의를 관철하는 그들의 태도는 아메리칸 하드코어 및 포스트 하드코어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앨범마다 계속 진화해 온 푸가지이기에, 가능하다면 모든 작품을 체크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SavoryJawbox

푸가지의 이언 매케이가 철저한 인디 정신을 관철한 워싱턴 D.
C.
하드코어 신의 상징이라면, 똑같이 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J.
로빈스는 인디에 머무르지 않고 메이저 신에서도 활약했으며, 프로듀서로서도 훌륭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은 위대한 아티스트입니다.
90년대의 이모 코어나 포스트 하드코어라 불리는 밴드들의 앨범을 들어온 분이라면, 꽤 높은 확률로 로빈스의 이름이 프로듀서로 크레디트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그런 로빈스 역시 이언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하드코어 출신이면서, 하드코어의 발전형인 포스트 하드코어의 형성에 힘을 쏟은 최중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 밴드에서 활약해 온 로빈스이지만, 이번에 소개할 밴드는 1989년에 결성되어 이후 메이저 진출도 이뤄낸 명밴드, 조박스입니다.
초기 두 장의 앨범은 이언이 이끄는 디스코드 레코드에서 발매되었고, 불협화음과 노이즈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독특한 기타 앙상블과 유연한 리듬 섹션의 합주, 비틀린 팝 감각에서 탄생한 사운드는 90년대 이모와 포스트 하드코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후에는 앞서 말했듯 메이저로 진출해, 90년대 포스트 하드코어의 성전이라 할 만한 걸작 ‘For Your Own Special Sweetheart’를 발표합니다.
메이저 특유의 공을 들인 프로덕션 때문에 초기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 것도 사실이지만, 포스트 하드코어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들어봐야 할 작품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발표한 네 장의 앨범 모두를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Corpse poseUnwound

2022년 7월, 뜻밖의 재결성 투어를 발표해 일부 열광적인 팬들을 환희하게 만든 미국 인디 씬의 전설적인 트리오, 언와인드.
워싱턴주 올림피아를 기반으로 1991년 결성부터 2002년까지 약 10년간 인디에서 DIY 활동을 이어가며 일본을 포함한 왕성한 투어를 반복했던 그들은, 메이저 씬에서 상업적 임팩트를 남긴 밴드는 아니지만 시대의 유행에 일절 아부하지 않는 포스트 하드코어 사운드로 독자적인 영향력을 지닌 밴드다.
1991년에 설립되어 비키니 킬과 슬리터 키니 등 소위 라이엇 걸 무브먼트를 일으킨 밴드들이 소속되어 있던 레이블, 킬 록 스타즈 레코드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점도 특筆할 만하다.
그들의 음악성은 말 그대로 포스트 하드코어라 할 수 있는 사운드로, 트리오 편성 특유의 앙상블을 축으로 한 폭력적인 노이즈가 폭발하고, 멜로디라고 부르기 어려운 보컬과 살갗을 따끔이게 하는 독자적 긴장감으로 가득 찬 음상은 소닉 유스와 푸가지의 융합이라는 표현으로도 설명되곤 했다.
그렇다고 해도 작품을 거듭 발표할수록 멜로디에 대한 관심도 드러내면서, 안이한 셀아웃은 하지 않는 강직한 음악성은 더욱 딥해지고 한층 더 예리하게 연마되어 간다.
듣기 쉬움이라는 의미에서는 1996년에 발매된 통산 네 번째 앨범 ‘Repetition’이 비교적 팝적인 요소도 있어, 그들의 음악에 입문하기에는 비교적 가벼운(접근하기 쉬운) 작품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Bad PennyBig Black

미국 인디 씬의 수장,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치게 만든다는 전설적 엔지니어이자 기타리스트 겸 보컬리스트, 얼터너티브 록의 대부 스티브 알비니.
인디 원리주의, 완고함 같은 이미지도 강한 알비니의 뮤지션·엔지니어로서의 위대한 커리어는 한두 문장으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번에 다루는 것은 알비니가 직접 이끈 밴드, 빅 블랙에 관한 이야기다.
빅 블랙은 1981년, 아직 대학생이던 알비니가 결성한 밴드로 1987년 해산할 때까지 정규 오리지널 앨범 2장과 라이브 앨범 2장, 몇 장의 EP를 남겼다.
드러머 대신 롤랜드사의 드럼 머신을 사용한 점이 특징적이며, 이펙트를 걸어 고함치듯 토해내는 보컬, 솔리드하면서도 노이즈 가득한 기타 리프의 공방과 공간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묵직한 베이스 라인, 드럼 머신 특유의 무기질적인 비트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포스트 하드코어와 노이즈 록의 선구적 사운드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사회적 금기를 마구 건드린 가사는 특히 현대 사회에서 문제시되었고, 알비니 본인도 젊은 날의 치기였다며 반성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런 점까지 포함해 한마디로 지극히 위험하고 강렬한 밴드였다는 것이다.
알비니가 작업한 작품은 들어봤어도, 알비니 자신의 밴드 작품은 아직 접하지 못한 음악 팬도 있을 테니, 흥미가 생겼다면 꼭 체크해 보길 바란다!
If It Kills YouDrive Like Jehu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는 독자적인 펑크~하드코어 씬이 존재하며, 개성적인 밴드들이 다수 탄생해 왔습니다.
포스트 하드코어의 역사를 살펴보면, 퓨거지를 중심으로 한 워싱턴 하드코어 씬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밴드들이 활동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죠.
그런 고유한 씬을 상징하는 가장 저명한 밴드 중 하나가 1990년부터 1995년까지 활동한 드라이브 라이크 지후(Drive Like Jehu)입니다.
포스트 하드코어의 여명기였던 1980년대 후반에 활약하던 피치포크라는 밴드의 멤버들이 결성했으며, 발매한 앨범은 단 두 장이지만, 퓨거리나 조복스 같은 전설들과 마찬가지로 후대의 이모코어와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들에게 강렬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트윈 기타가 만들어내는 기존 록과 펑크 패턴에서 벗어난 변칙적인 프레이즈의 얽힘, 복잡하게 전개되는 앙상블을 떠받치는 베이스와 드럼, 멜로디와 절규 사이에 위치한 보컬 스타일은 그야말로 포스트 하드코어의 원형이라 부를 만합니다.
그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는 뮤지션은 많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들이 일찍 해체한 컬트적 인기의 밴드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몇몇 멤버가 이후 음악 씬에서 크게 활약했다는 사실입니다.
리듬 기타리스트 겸 보컬리스트 릭 프로버그는 메이저 씬에서도 활동한 로켓 프롬 더 크립트, 그리고 인디로 돌아간 뒤에는 핫 스네이크스 등의 밴드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드러머 마크 트롬비노는 프로듀서로 대성하여 지미 잇 월드와 미네랄 같은 90년대 이모코어의 초명반들을 세상에 내놓았고, 2000년대 이후에도 이모와 팝펑크 계열 밴드들의 앨범을 다수 맡아왔습니다.
ScrapeUnsane

지금까지 소개해 온 ‘포스트 하드코어’라 불리는 밴드들과는 또 다른, 오히려 이질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뉴욕 언더그라운드 씬이 자랑하는 ‘노이즈 록의 제왕’ 언세인은, 유일한 오리지널 멤버인 크리스 스펜서 씨를 중심으로 한 트리오 편성으로 1988년에 결성되었습니다.
1991년, 아메리칸 인디 씬의 중요한 레이블 마타도어 레코드에서 발표된 셀프 타이틀 데뷔작은, 앨범 재킷의 강렬한 아트워크만 보아도 위험도가 풍겨 나오는 대단한 물건이죠.
광기에 찬 보컬, 메탈릭하면서도 노이즈한 기타 리프, 묵직한 베이스, 공격적인 드럼이 삼위일체가 되어 몰아치는 굉음은 하드코어이면서 메탈이기도 하고,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개성이 이 시점부터 두드러집니다.
자주 비교되는 헬멧 같은 얼터너티브 메탈 계열 밴드들과 견주면, 언세인이 만들어내는 끈적하고 칙칙한 음 세계는 무엇보다 생생하며, 기괴하다고도 할 수 있는 아트워크를 포함해 닿기만 해도 다칠 것 같은 긴장감이 정말 엄청납니다.
그 흉악함과 삭막하고 카오틱한 사운드는 ‘정크’라고도 불리며, 하드코어라는 장르의 또 다른 가능성을 느끼게 했습니다.
오랜 활동 속에서 발표된 작품군의 기본 노선은 변함없지만, 로큰롤적인 기타 솔로나 블루지한 파트도 담아내는 등 혼돈 일변도만은 아닌 넓은 품을 느끼게 하는 점이 핵심이라 할 수 있겠죠.
호불호가 갈리는 사운드이지만, 관심이 있으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손에 들어 보세요!
NubTHE JESUS LIZARD

극도의 긴장감, 살을 에는 듯한 공기가 지배하는 강렬하기 짝이 없는 독자적 헤비함을 끊임없이 추구해 온 더 지저스 리자드.
텍사스 출신 멤버들에 의해 1987년에 결성되어 활동 초기 단계에서 시카고로 이주했고, 너바나의 ‘In Utero’를 맡은 것으로도 알려진 명 엔지니어 스티브 알비니와 손잡아 인디 신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인디 레이블 Touch and Go에서 알비니와 함께 발표한 네 장의 앨범은 모두 밴드 특유의 세계관이 빚어낸 이형의 헤비 사운드가 훌륭하며,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말 그대로 90년대 언더그라운드적인 음악성입니다.
프런트맨 데이빗 요의 광기 어린 보컬, 록적 접근과는 선을 긋는 포스트펑크의 영향이 느껴지는 변칙적 기타 플레이, 그루브의 중심에서 사운드를 끌어가는 베이스, 무기질적인 드럼이 어우러진 밴드 앙상블은 지금 들어도 충격적이죠.
멤버들의 연주자적 스킬도 높아, 스플릿 음반을 함께 낸 너바나를 비롯해 많은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메이저 진출 후의 두 장의 앨범은 비교적 듣기 쉬운 스타일로 전환했지만, 그럼에도 밴드가 지닌 광기는 변함없었고, 밀리언셀러를 낼 타입의 밴드가 아니라는 멤버들 스스로의 말처럼 그 음악성을 끝까지 관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