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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음악] 포스트 하드코어란 무엇인가—대표적인 밴드 정리

서양 음악이나 일본 음악을 가리지 않고 이모나 라우드 같은 형태로 소개되는 밴드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포스트 하드코어’라는 장르를 본 적이 있으시죠.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된 하드코어 펑크를 기원으로 하는 밴드들 가운데, 기존의 하드코어에 다 담기지 않는 독자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들이 ‘포스트 하드코어’라 불리게 되었고, 더 나아가 이모코어와 스크리모 같은 파생 장르도 탄생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더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되어,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런 포스트 하드코어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데뷔한 밴드들을 한꺼번에 소개합니다!

[서양 음악] 포스트 하드코어란? 대표적인 밴드 정리 (11~20)

Mistakes And Regrets…And You Will Know Us by the Trail of Dead

And You Will Know Us By The Trail Of Dead – Mistakes And Regrets (Lyric Video)
Mistakes And Regrets...And You Will Know Us by the Trail of Dead

긴 밴드 이름이 인상적인 앤드 유 윌 노우 어스 바이 더 트레일 오브 데드는 1994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결성된 포스트 하드코어-얼터너티브 록 밴드입니다.

2022년에는 최신 앨범 ‘XI: Bleed Here Now’를 발표했으며, 지금도 왕성하게 현역으로 오랜 기간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멀티 플레이어인 오리지널 멤버 두 명이 핵심을 이루고, 그 외의 멤버는 유동적이라는 점도 특징적이죠.

이들의 이름을 단번에 세상에 알린 것은 1999년에 발매된 두 번째 작품 ‘Madonna’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인디 레이블인 머지 레코드에서 발매되었고, 힌두교 여신의 초상화를 재킷으로 사용한 아트워크의 임팩트는 물론, 소닉 유스급의 노이즈와 때로는 서정적인 기타, 손놀림이 많은 다이내믹한 드럼, 아름다운 멜로디와 포스트록의 영향이 느껴지는 드라마틱한 곡 전개로 매료시키는 사운드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9년에는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바로 이 일본에서 단독 내한 공연이 성사되기도 했죠.

2002년에는 걸작으로 이름 높은 메이저 첫 작품 ‘Source Tags & Codes’를 발표하여, 얼터너티브 록과 포스트 하드코어라는 틀을 넘어서는 예술적인 음 세계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 후에도 그들의 창조성은 전혀 쇠퇴하지 않았고, 자신들만의 미학에 기반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오고 있습니다.

서둘러 해산해버리는 밴드가 많은 가운데, 그들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활동을 이어가는 존재는 참으로 소중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Head ColdHeroin

2000년대에 서즈데이, 더 유즈드, 핀치, 세이오신 같은 이른바 스크리모 밴드들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며 하나의 거대한 무브먼트가 되었지만, ‘스크리모’라는 단어 자체는 1990년대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물론 해당 밴드들이 스스로 만든 장르 명칭은 아니었지만, 음악 용어로서 이미 미디어에서 사용되고 있었다는 뜻이죠.

그런 ‘스크리모’의 선구적 밴드이자 포스트 하드코어 역사에서도 중요한 밴드가 샌디에이고 출신의 히로인(Heron)입니다.

샌디에이고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레이블 ‘Gravity Records’의 출범 초기를 대표하는 밴드이기도 하며, 1989년 결성부터 1993년 해체까지의 짧은 활동 기간 동안 남긴 적은 수의 음원은 후속 밴드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터프한 스크림이라기보다 어딘가 비애가 서린 절규와 섬세한 클린 파트는 그야말로 ‘프리-스크리모’라 부르고 싶은 사운드이며, 내성적인 감정이 폭발하는 모습은 바로 격정 하드코어의 선구적 존재라 할 만합니다.

질주하는 파트도 그다지 상쾌하게 뻗어나가기보다는, 어딘지 완전히 고조되지 못한 허무함이 감도는 분위기가 포스트 하드코어적이고 실로 매력적이죠.

정제된 스크리모에 익숙한 분들에겐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포스트 하드코어와 스크리모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밴드 해체 후 발매된 그들의 디스코그래피 앨범 ‘Destination’은 반드시 소장해야 한다고 단언하겠습니다.

Iron Clad LouHum

1990년대의 ‘얼터너티브 록’이라 불리는 밴드들이 성공을 거두는 한편, 인지도는 낮지만 후대의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밴드들도 적지 않게 존재합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햄(Hum)은 바로 그런 밴드 중 하나로, 이번 기사 주제인 포스트 하드코어와 얼터너티브 록 사이를 잇는 가교 같은 사운드를 들려주던 그룹입니다.

1989년 일리노이주에서 결성되어 2000년에 해산했으니, 그야말로 1990년대 격동의 음악 신을 질주한 밴드라 할 수 있죠.

인디 시절에 발표한 두 장의 앨범은, 메이저 데뷔 이후에 보여줄 웅대한 사운드스케이프까지는 아직 담기지 않았지만, 동시대 얼터너티브 록의 영향을 받는 동시에 슈게이저와 얼터너티브 메탈 등의 요소를 흡수하여 음악적으로 높은 자유도를 지닌 포스트 하드코어적 접근을 모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그런 그들의 진가가 발휘된 작품이 1996년에 발표된 메이저 첫 앨범 ‘You’d Prefer an Astronaut’일 것입니다.

스매싱 펌킨스풍의 드라마틱한 얼터너티브 록에 더해 ‘스페이스 록’이라 불리는 대범한 음향적 모험을 도입하며 독자적인 음악성을 손에 넣었습니다.

수록곡 ‘Stars’가 히트하며 밴드로서는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 되었죠.

1998년의 다음 작품 ‘Downward Is Heavenward’에서는 완전히 그들만의 음세계가 확립되었고, 감싸 안는 듯한 굉음 기타와 정적과 동적을 교차시키는 서정적이면서도 웅대한 곡 전개로 훌륭한 걸작을 탄생시켰습니다.

하드코어적 요소는 절제되어 얼터너티브 록에 좀 더 가깝지만, 포스트 하드코어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밴드로서 꼭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MirrorMoss Icon

상당히 매니악한 존재이지만, 포스트 하드코어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밴드가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결성된 모스 아이콘입니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몇 년간의 짧은 활동 기간은, 지금까지 소개해 온 포스트 하드코어 계열 밴드들 가운데서도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들의 활동 역사와 손에 꼽을 정도의 작품들이 독창적이고 개성적이었기 때문에 후대에도 높게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본 어게인스트나 더 그레이트 언래벌링 등 다양한 밴드에서 활약한 기타리스트 토니 조이가 소속되어 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토니의 한 가지로만 끝나지 않는 변칙적인 기타 연주가 모스 아이콘의 개성 중 하나로서 최대한 기능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포스트 록이나 선구적인 일렉트로니카 등의 작품을 다루는 레이블 템퍼러리 레지던스 리미티드에서 모스 아이콘의 음원을 완전 수록한 디스코그래피 앨범 ‘Complete Discography’가 발매되었으니, 우선 이 작품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드코어다운 공격적인 어프로치는 물론, 영국 포스트 펑크적 요소가 느껴지는 트랙부터 포스트 하드코어로 이어지는 비틀린 기타 리프, 완급을 자유롭게 오가는 리듬 체인지, 스포큰 워드 같은 보컬이 어우러진 사운드는 지금 들어도 신선합니다!

Altoids, Anyone?Tar

시카고의 포스트 하드코어나 노이즈 록이라고 하면 스티브 알비니가 이끄는 셸락과 지저스 리자드 같은 전설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비교적 마이너한 존재임에도 꼭 알아두셨으면 하는 밴드가 1988년부터 1995년까지 활동한 4인조 타르(Tar)입니다.

원래 하드코어 펑크를 연주했다고 하는 이들의 음악성은 매우 흥미로우며, 프리키한 포스트 하드코어를 축으로 하면서도 독특한 유머를 겸비한 사운드가 다른 밴드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죠.

노이즈 가득한 리프와 때로는 변박까지 섞어 만든 리듬이 빚어내는 그루브는 혼돈이나 어둠보다는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과장해서 말하자면 팝적인 요소마저 느껴지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1991년 데뷔작 ‘Roundhouse’ 시점에서도 그 단초를 엿볼 수 있지만, 시카고가 자랑하는 명문 레이블 터치 앤드 고 레코즈에서 발표된 3집 ‘Toast’ 즈음부터 그들만의 개성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인상이에요.

통산 4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인 ‘Over and Out’은 스티브 알비니와 밥 웨스턴이라는 명장이 엔지니어로 참여했으며, 그들이 추구해온 음악성의 완성형으로 추천하고 싶은 명반입니다.

여담으로, 이들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기타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고, EP 작품 ‘Clincher’의 재킷에는 그 기타의 사진이 사용되었답니다.

PickpocketAt The Drive-In

텍사스 엘패소에서 1994년에 결성된 앳 더 드라이브-인은 일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90년대 포스트 하드코어 계열의 대표적인 밴드입니다.

2000년대에 첨단적인 음악성을 제시하며 씬을 석권했고, 2022년에 오랜만에 재결성하여 신작을 발표한 더 마스 볼타의 멤버 세드릭 빅슬러와 오마르 로드리게스가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극도로 강렬하고 난폭한 퍼포먼스는 이미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죠.

2000년에 발매된 메이저 데뷔작 ‘Relationship of Command’는 당시 콘, 림프 비즈킷, 슬립낫 같은 거물들을 담당했던 로스 로빈슨이 프로듀싱을 맡은 덕분에 큰 화제를 모았으나, 그 직후 해체하고 말았습니다.

2011년에 재결성하여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신작도 발표했지만, 이후 다시 활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1990년대에 남긴 작품들, 특히 ‘In/Casino/Out’은 틀림없이 90년대 포스트 하드코어의 걸작으로, 다듬어지지 않았던 초기 사운드에서 연주력과 프로덕션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한편, 변칙적인 기타 리프가 얽히고 세드릭의 하이텐션 보컬이 자유분방하게 외쳐대며 때로는 멜로디어스하게 노래하는, 앳 더 드라이브-인 특유의 사운드를 분명히 제시한 중요한 한 장입니다.

‘Relationship of Command’만 들어보신 분들도 꼭 90년대 그들의 작품을 들어보세요!

끝으로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애초에 포스트 하드코어는 장르의 정의가 모호해서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음악입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음악 장르를 포괄하면서도 바탕에는 하드코어의 정신이 느껴지는 음악이야말로 ‘포스트 하드코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기원이 어디에서 왔는지, 포스트 하드코어의 역사에 관해 이번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셨다면 기쁘겠습니다!